2001년 9월 11일 발생한 미국 뉴욕의 110층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대한 항공기 동시 다발 자살테러 사건을 영화화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 생존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완성한 이 영화는 테러의 고통이나 위험성을 억지스럽거나 과장되게 보여주기 보다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그 참혹했던 비극을 함께 할 수 있는 깊은 슬픔을 느끼게 한다.

4남매를 둔 평범함 가장으로 뉴욕도시의 순찰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존 맥라글린 경사(니콜라스 케이지). 모두가 경악했던 그날도 그는 어김없이 뉴욕 중심가를 순찰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로 거대한 비행기의 그림자가 지나가는 순간, ‘꽝’하는 굉음과 함께 다급히 세계무역센터로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되어 실려 나오는 사람들과 여기저기 파편에 맞아 신음하는 사람들 그리고 높은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람들. 항공기 두 대에 의해 붕괴된 세계무역센터는 마치 생지옥과 같았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 다급한 지원요청에 의해 존 맥라글린 경사를 비롯한 4명의 대원들은 사고가 난 건물로 들어가지만 순식간에 건물은 무너져 내리고, 건물의 잔해 더미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맥라글린과 히메노 단 둘뿐이었다.

그러나 살아있다는 안도도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감각을 잃어가는 다리와 메케한 공기, 무거운 콘크리트와 철근 더미 속에서 죽음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만 간다. 한편 사고소식이 알려지자, 그들의 가족들은 남편과 아버지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며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고, 건물더미에 깔린 두 사람은 비참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테러 재앙의 원인 설명 부족은 아쉬운 점 영화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2001년 9월 11일 발생, 전 세계를 경악케 했던 월드 트레이드 센터 테러사건을 영화화했다. 자신들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지만 사고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두 소방관과 그들의 가족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동안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욱이 아쉬운 것은 이미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기는 하겠지만, 영화의 주인공이 된 두 명의 생존자를 비롯해 많은 미국인의 애꿎은 희생을 불러온 원인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테러의 무서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아닌, 그냥 단순한 재난을 극복하는 영화로서 실화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테러의 비극, 모든 이들이 느끼는 깊은 슬픔으로 재조명 어떻게 보면 다른 재난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식상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9.11 테러사건은 우리에게 결코 만만치 않은 슬픔을 주었기에 다른 영화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영화에는 실제 테러사건 당시 18번째와 19번째 생존자였던 2명의 경찰관이 출연했으며, 무자비한 테러의 그날이 가져온 참상을 뚜렷이 상기시키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영화를 보더라도, 테러사건의 배경이나 상황, 관계 등을 표현한 것 보다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구하기 위해 살신성인의 소방관 및 구조대원들의 모습을 담았다. 자신의 몸보다도 남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하는 그들의 모습은 테러사건으로 얼룩진 모든 이들의 마음에 한줄기의 햇살과도 같은 것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9.11 테러사건은 소방관, 구조대원들의 존재를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 영화를 보면서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 지하철 참사 등이 불연 듯 떠오르면서 희생당한 이들을 비롯한 남은 이들의 고통을 짐작하게 하는데 충분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다시는 그러한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는 심정이 아니라, 테러 공격이 창조한 그날의 특별한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이 겪은 비극이 깊은 슬픔으로 바뀌어 우리에게 그 감정을 함께 느끼고자 한 영화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