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는 해빙기에는 봄을 맞이하는 들뜬 마음하나면 충분하건만, 실상은 겨우내 쌓인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은 겨울과 여름만큼이나 높아지는 시기이다. 해마다 해빙기 안전사고 발생 대비를 위한 점검 및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각종 사고들이 발생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해빙기는 대기온도가 0도 이하로 내려가면 흙속에 포함된 공극수가 동결하여 약 9%의 체적이 증가하여 지표면이 부풀어 오르는 ‘동상 현상(Frost Heave)’이 나타난다. 그러나 다시 기온이 0도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동결되었던 지반이 융해되어 지표면이 하부로 서서히 녹기 시작하면서 함수량이 증가하여 지반이 약해지면서 침하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해빙기때 건설현장에서 볼 수 있는 붕괴우려의 조짐들이다. 왼쪽의 역굴착구배상태이거나 오른쪽의 토류판 설치 작업이 지연되는 경우 근로자가 매몰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지반침하는 건축물의 구조를 악화시켜 균열 및 붕괴 등 안전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사람도 겨울에 움츠려들고 봄에 풀리기 시작하면서 환절기에 잦은 질환이 발생하고 있듯이, 낮과 밤의 온도가 영상과 영하를 반복하는 해빙기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시기의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데 있다. 예상시기와 사고유형들의 사전정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 취약지들은 이러한 정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고가 난 후에야 현장점검에 들어가는 사후대책위주의 관리로 안타까운 인명 및 재산피해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해빙기 안전사고 다발지역 ‘건설현장’

	혹한기에 시공되어 동결된 콘크리트 구조물의 경우 강도가 현저히 저하되어 구조물로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구조물에 거푸집 동바리 조립 등으로 하중을 가할 경우 붕괴 우려가 있으므로 현장 타설 콘크리트의 강도를 확인해야 한다.

터널, 지하철, 건축물, 공동구 등 건설현장은 대표적인 안전사고 취약지로 매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긴 하나 사고 발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3월 9일 동대문구 이문동의 1150mm 상수도 노후관 교체작업을 위해 깊이 약 1.4m, 폭 약1.2m로 수직 굴착된 굴착저면에서 근로자가 흄관을 지면 높이와 맞추는 작업도중 수직 굴착면의 토사가 붕괴되면서 근로자를 덮쳐 피해자의 두부가 상수도관 제수밸브에 부딪혀 두부 파열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붕괴방지를 위한 굴착면적의 적정 기울기 미확보 및 간이 흙막이 등의 방호조치 미시행이 원인이었다. 또한 같은 해 1월 29일 전남 순천시 해룡면 산업단지조성 현장에서는 우수Box 굴착저면의 치환용 잡석을 운반하던 덤프트럭이 잡석을 부리기 위해 후진하던 중, 5m아래 굴착저면으로 전도되면서 전도충격 및 굴착저면의 고인물에 의해 운전자가 익사하기도 했다.

작업 시 작업장의 지형 및 경로 그리고 방법 등의 사전계획없이 무작정 작업을 진행했던 것이 원인이었으며, 기계가 굴러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유도하는 근로자도 없는 상태였다. 해빙기의 온도 상승 및 하강으로 약해진 지반을 점검하지 못한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3월 14일에는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부지조성 공사 중 근로자가 발파를 시행한 후, 주변의 암반상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이동하던 중 낙하하는 암반이 근로자를 덮쳐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발파로 인한 지반의 붕괴 및 토석의 낙하위험이 있는 장소에 근로자의 출입금지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큰 실수였다. 이 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발생했으며, 소위 ‘소소한’ 사고들은 공개되지 않고 묻히는 경우가 다반사인 점은 해빙기 안전관리에 대한 소홀함이 여전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놀이시설·스키장 등 다중이용시설, 안전사고 여전해
놀이시설, 스키장, 공원 등 이용 시설들의 안전관리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으로써 안전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아 기기고장 기구 방치, 안전벨트·안전 바 고정 장치 불량, 긴급정지장치 누유상태 미 보수와 같은 불량 상태로 인해 추락 및 시설 중단, 끼임 등의 안전사고가 매년 일어나고 있으며 어찌된 영문인지 사고발생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고 당시 엉켜버린 탑승박스 모습으로 이 시설물의 문이 열리면서 탑승객 5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스키장의 경우 리프트 추락 사고는 안전관리 미흡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고다. 지난해 12월 초 리프트가 추락해 7명이 크게 다친 경기도 포천 베어스타운에서 지난 1월 또 다시 리프트 한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더욱이 사고가 난 리프트가 한달 전 사고가 났던 리프트라는 것으로 드러나 안전관리에 헛점을 보여 충격은 더했다.

다행히 추락 리프트에는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았지만,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타고 있는 리프트가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 리프트 위에서 짧지만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당시 베어스 타운 관계자는 “추락사고가 아니라 안전점검 과정에서 리프트에 소리가 나는 등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기계실에서 일부러 리프트 한대를 떨어뜨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용객들은 “어떻게 사람이 타고 있는 운행 중인 리프트를 안전점검 할 수가 있냐”면서 “사태를 미리 인지했다면 일단 타고 있던 사람들을 내리게 하고 점검을 하는 것이 순서”라며 어이없어 했다.

놀이시설의 안전사고도 마찬가지다. 특히 놀이시설은 위험요소를 가진 기구들이 대부분이어서 사고가 발생 할 경우 가벼운 피해정도를 넘어서 ‘사망’에까지 이르는 대형 참사를 부른다. 특히 해빙기에는 겨울동안 놀이기구의 마모된 부분이나 헐거운 연결나사, 작동스위치 등에 대한 점검이 각별히 필요하다.

지난해 5월 부산에 설치된 이동식 테마 놀이공원 ‘월드카니발 부산’의 회전식 놀이시설인 대관람차에서 일가족 5명이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대관람차에 일정한 간격으로 매달려 회전하던 40여대의 탑승박스 가운데 2m높이에 있던 2대가 갑자기 충돌하면서 밑에 있던 곤돌라가 뒤집혀 문이 열리는 바람에 일어났다.

사고가 난 곤돌라는 정비불량 등으로 휠과 연결돼 있는 쇠줄이 꼬이는 바람에 이웃한 곤돌라와 부딪쳐 뒤집히면서 문이 열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 원인은 역시 안전관리 문제였다. 5월 13일 수입통관이 이루어져 23일 개장이 될 때까지 32종에 달하는 놀이기구의 수입과 설치에 열흘도 걸리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시험가동을 할만 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셈이다.

	대한산업안전협회 권병화 팀장은 "안전은 완화대상이 아닌 강화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에 대한 규제완화는 미흡한 안전대책이나 소홀해진 관리로 이어지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놀이공원의 한 관계자는 “통상 협회에서 안전검사를 하고 결과를 통보하기까지 2주일 가량이 걸리고 관련 서류가 허가 관청에 도착해 현장 점검 등 절차를 밟는데도 2~3일은 소요 된다”며 ‘수박 겉핥기’식 안전점검에 비중을 두어 비판했다. 이 외에도 안전관리 허술로 이용객이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는 여러 놀이공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정도면 안전관리를 맡은 책임자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을 것이고, 더 이상의 사고는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을 위한 사전점검에 주력했을 법도 하건만 관리의 소홀함은 여전하다. 최근에도 또 한번의 놀이기구 사고가 발생한 것. 지난 1월 광주 금호패밀리랜드에서 남자어린이 두 명이 ‘날으는 눈썰매’라는 놀이기구를 타다 놀이기구 의자를 연결하는 쇠막대가 부러지면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얼굴 등에 경상을 입은 것 외에 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놀이기구는 고속회전하는 위험성이 다분한 시설로 작은 것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는 집중적인 안점점검을 했어야 했다. 이처럼 다중이용시설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인명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 각별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어 그에 맞는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때’ 뿐이며 이후 소홀한 관리로 인해 이 같은 사고들이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구멍난 안전관리, 안전불감증이 원인
관련 기관에서는 이러한 해빙기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점검 및 대책마련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군다나 건설현장이나 다중이용시설물을 책임지는 관계자들의 안전 불감증은 사고 발생 원인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건설현장의 경우 지난해 해빙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 1,015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97.5%인 990개 건설현장이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했다.

당시 총 3,952건의 위반내역을 살펴보면 추락·낙하예방조치 위반이 1,895건으로 전체의 48.0%를 차지하였고, 감전예방조치 위반이 682건(17.3%), 붕괴사고 예방조치 위반이 273건(6.9%)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직도 많은 건설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안전관리 전문가들은 "해빙기 안전사고 예방의 시작은 철저한 사전점검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해빙기 사고의 90%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산업안전협회 건설안전국 컨설팅사업팀의 권병화 팀장은 “건설현장 근무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더라도 건설업의 특성상 여러 지역으로의 이동이 잦기 때문에 ‘잠깐인데 괜찮겠지’하는 생각으로 안전에 부주의 하는 경향이 많다”면서 “안전관리에 소홀한 일부 현장 관리자들로 인해 근무자들의 이러한 인식들이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다른 해빙기 취약지에서도 현실은 이와 다르지 않다. 놀이시설이나 스키장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으므로 시설물의 안전관리는 더욱 더 철저히 진행돼야 하지만 운영 여건 상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 놀이시설업체 관계자는 “주말·평일 관계없이 매일 운영되고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안전점검 정도만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일부 시설은 기본적인 안전관리마저 제대로 돼있지 않아 추락사고 및 끼임 사고 등 인명 피해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해빙기 안전사고, 통계자료 조차 없어
산업자원부, 소방방재청 등 정부에서는 이러한 안전사고와 관련 매년 일정 기간을 ‘해빙기 안전관리 대책기간’으로 정해 재난 취약지역 예방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해빙기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있어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해빙기 안전사고 발생건수는 물론 사고 유형별·시기별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보니 대책을 세우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더욱이 2~3월에 지역별 온도차는 최대 6~8도에 이르러 해빙기가 언제인지는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내, 사고가 집중되는 시기도 지역마다 달라져 효율성 있는 관계대책을 내놓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기상청 역시 지역별로 벚꽃북상 시기나 단풍시기 등의 생활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 국민의 안전을 위한 ‘지역별 해빙기 안전사고 집중기’는 관련통계자료의 부족을 핑계로 등한시 하고 있다.

올해, 안전사고율 낮출 수 있을까
정부는 2월 11일부터 오는 4월 30일까지를 ‘해빙기 안전관리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올해 해빙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지역별 해빙시점이 다르고 기온의 변동 폭이 큰 점을 감안해 전국을 4개(북부, 중부, 남부, 제주권) 권역으로 구분하고 시·도별로 지역실정에 맞는 대책기간을 설정하는 맞춤형 대책을 추진, 부도사업장이나 사고 예방체계가 미비한 영세사업장 등 안전사고 사각지대에 놓은 재난취약시설을 집중 관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의 참여하에 재난취약시설과 위험지역 및 시설에 대해 중앙합동 표본점검도 병행,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 굴착 및 사면보호상태가 사전 관리로 인해 양호하다. (오른쪽) 붕괴재해에 대비한 것으로 토류판가시설안전대를 부착한 것이다.

소방방재청 인적재난팀 박중영 시설주사는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 1개월을 비상체제 기간으로 설정, 중앙 및 지자체에서는 전담 T/F팀을 구성, 예방활동 및 대응계획을 수립·추진하고 경찰·소방·군 등 유관기관 간 비상연락체제를 구축해 해빙기 안전사고 발생 시 긴급대응시스템이 신속히 가동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관계법령을 위반한 시설물 관리자 및 시설주는 적법조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빙기사고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올해도 어김없이 내놓았지만,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고 발생 후에 주력하는 안전관리 방안들임을 감안할 때 얼마나 큰 성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기존 사고 형태에 국한된 형식 점검
해빙기 안전사고가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건설현장은 사전 점검을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 붕괴나 낙하 위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흙막이지보공을 설치하거나 근로자들을 출입금지 시켜야 한다. 자칫하면 매몰로 인한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유발할 수 있다.

겨울동안 온도변화 및 폭설로 변형된 가시설부재 등은 즉시 보강하여 사전 위험을 최소화하며, 해빙기에는 최소 1일 1회 이상 순회점검을 실시해 매설물의 안전상태 등을 확인해야 한다. 어떤 사업장에서든지 안전에 대한 개념정립이 확립되어 있다면 안전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으며 나아가 사고발생율 자체도 매우 낮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한산업안전협회 권병화 팀장은 “사고발생 이후가 아닌 이전 감시단계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엔 불안전 행동 및 상태를 제어하는데 주력, 이미 발생한 사고의 상태만을 관리하다보니 매년 사고가 계속됐었지만 최근엔 위험성평가·사전안전성관리 등 사전감시를 바탕으로 한 안전보건관리의 적극적 시스템화로 병행·유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노동부 김동남 산업안전보건국장은 “해빙기 대비위한 안전관리 수준은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수시로 위험작업이 이루어지는 건설현장의 재해예방을 위해 정부의 지도감독과 아울러 자율안전관리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놀이시설·스키장, 철저한 사고원인 분석·성찰 뒤 따라야
놀이시설이나 스키장 등 시설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이니 만큼 체계적인 안전점검 시스템을 구축해 관리해야 한다. 시설물 전기와 기계설비, 안전수칙 이행 여부 등 이용자의 안전 및 생명과 직결되는 세부사항들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

	국내 한 스키장에서 리프트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놀이시설의 경우 롯데월드, 에버랜드와 같은 국내 대표적인 놀이시설에서부터 부산의 월드카니발까지, 놀이시설 안전사고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반복되는 사고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시설 관리자들의 확고한 안전의식이 없이는 사고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스키장이나 눈썰매장 등도 마찬가지다. 안전사고가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는 리프트의 안전관리는 필수적인 만큼, 체계적이고 확실한 안전점검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신뢰감을 줌으로써 이미지제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시설물의 완벽한 사전점검만큼이나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일반시민들의 안전의식이다. 이는 비단 해빙기 안전사고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안전에 대한 기본원칙을 준수한다면 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안전문화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행락객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관리
또한 날이 풀리는 해빙기에는 등산이나 낚시 등 바깥나들이를 즐기려는 인파가 늘어나지만, 이에 따른 대책이나 관리가 아직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해빙기에 맑은 날씨 하나만 믿고 평소대로 산행을 즐기기에는 항상 무리수가 따른다.

	날이 조금씩 풀리는 해빙기에는 낚시나 등산 등 취미생활을 즐기려는 인파들이 몰리게 되는데 아직까지 수많은 인파의 안전을 관리하기 위한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해발 700∼800m급 산의 경우 기온이 평지보다 5도 이상 낮으며, 1000m 이상 산은 10도 이상이나 된다. 3~4월 초봄이라지만 산은 여전히 겨울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때문에 이와 관련한 안전의식을 등산객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시급하다. 산에 오늘 때에는 계곡이나 바위 능선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완만한 능선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돌이나 낙엽이 쌓인 곳을 밟을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젠과 두툼한 옷도 챙겨야 한다. 배낭을 메고 있으면 넘어지더라도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 뇌진탕 등 큰 부상을 막을 수 있다. 해빙기에 낚시를 할 때도 섣부른 행동은 말아야 한다. 한겨울이어서 매력인 빙어낚시의 맛을 잊지 못해 호수나 저수지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얼음은 수면과 맞닿은 아래쪽에서부터 녹기 때문에 겉으로만 봐서는 얼음 두께를 가늠하기 어렵다.

또 얼음은 가장자리가 두껍고, 중심부로 들어갈수록 얇아지기 때문에 걸어 들어가다 갑자기 함몰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얼음에 오르기 전에 빙질을 확인하고, 반드시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 또 얼음 위에서 취사도구로 밥을 짓거나 술안주를 만드는 행위는 반드시 삼가야 한다. 취사도구의 열이 얼음을 녹이기 때문이다. 얼음이 깨져 물에 빠졌을 때는 팔을 벌려 얼음에 몸을 의지한 채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해빙기 안전사고,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
아직까지도 우리주변엔 사소한 부주의나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하는 현장들이 눈에 띈다. 안전의식이 결여된 건설현장이나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인명 및 재난피해가 엄청나다는 것 또한 이와 관련 없지 않다. 공사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매몰되고, 놀이기구 이용자가 추락하거나 시설에 끼이는 안전사고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무관심과 불감증이 키운 참극들이다. 우리가 ‘해빙기 안전사고’라고까지 칭하며 더욱 세심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고 매년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해빙기의 특성을 알고 있으며 또 어떤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지 짐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눈속임 안전진단, 날림공사, 겉핥기식 관리감독 등은 사고발생을 부채질하는 꼴이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음을 알기에 안타까움은 더한다. 자신을 위한 안전관리는 모두를 위한 관리가 된다. 무엇보다 ‘설마’하는 마음가짐과 ‘나는 괜찮겠지’하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 ‘설마’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국 또한 안전점검을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강화, 불안요인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서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