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가드레일은 도로에서, 차의 사고 방지를 위하여 차도와 인도 사이에 쳐 놓은 철책이나 시설물로 교통사고의 사고의 위험을 줄여주기 위한 안전장치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가드레일은 이런 위험방지예방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가드레일의 문제점을 알아 봤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

인명피해 줄여주지 못하는 부실 가드레일

지난 24일 성주 관광버스사고가 부실한 가드레일 구간에서 추락해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오후 5시 40분경 경북 성주군 수륜면 신파리 지방도에서 대전 모 산악회 회원 44명이 탄 삼성관광버스(충남 70바 xxxx, 운전기사 남 모씨·53)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커브길 옹벽 8m 아래로 추락 전복돼 6명이 사망하고, 38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사고였다.

지난 2010년 7월 3일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도 대형사고였다. 이 사고는 오후 1시 17분경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천대교 톨게이트를 공항 방향으로 500ｍ 가량 지난 지점에서 포항~경주~인천국제공항을 운행하는 고속버스가 도로 밑 공사 현장으로 추락했다. 당시 도로에는 편도 3차로 중 2차로에 마티즈 승용차가 엔진고장으로 서 있었고 운전자는 갓길로 나와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던 중이었다.

이 때 뒤에서 달리던 1t 화물차가 멈춰 선 마티즈 승용차를 보고 급히 1차로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마티즈 차량 왼쪽 뒤편을 들이받고 1차로로 튕겨나가 도로 중앙벽을 충격했다. 이어 사고 버스가 이들 차량을 피해 우측으로 빠져나가다 마티즈 차량 오른쪽 뒤편과 가드레일을 차례로 들이받고 도로 4.5ｍ 아래 지하차도 공사현장으로 추락했다.

사고 당시 고속버스에는 운전사 정모(53)씨와 승객 23명 등 모두 24명이 타고있었다. 이 두 사고는 일상적인 교통사고로 볼 수 있는 상황들이었다. 하지만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이처럼 많은 인명피해는 부실한 가드레일설치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부실한 가드레일 설치가 큰 인명피해를 키운 인적재난이라는 것이다.

전체 가드레일 90% 기준 미달

도로공사의 조사 결과 최근 5년간 가드레일 충돌사고는 3천 800여건이나 되고 200여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전체 가드레일의 90%가 기준 미달로 나타났다. 이같이 운전자의 안전불감증 못지않게 가드레일은 도로교통사고에서의 마지막 안전장치로 매우 중요하다. 가드레일은 자동차가 도로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로 양쪽에 설치한 방호책이다. 현재의 교통시스템에서 이 시설이 없는 교량이나 산길, 굴곡로 등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중요한 시설이 이번 고속버스 추락사고에서 보듯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도로교통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가드레일은 1~7등급으로 구분되며 등급이 높을수록 단단하다. 사고지점에는 시속 100㎞ 이상의 고속구간인 3등급이 적용됐다. 이처럼 가드레일 바로 옆에 낭떠러지가 있고 화물차 통행량도 많은 지역에서 3등급 적용이 적절했는지 여부도 이번에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일부 유족은 “가드레일 지주대가 설치된 곳은 땅다짐이 제대로 안 됐고 지지력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가드레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도 파손된 가드레일을 살펴보면서 가드레일이 부실하게 설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며 당국은 가드레일 설계의 적정성 여부를 면밀히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드레일 콘크리트 설치 충돌사고 때 충격 흡수 안돼

지난 2010년 3일 인천대교 연결부분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사고와 관련에서도, 가드레일이 기준에 맞게 설치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자 경찰에서 가드레일의 적정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철제 가드레일의 부실시공 여부를 가리기 위해 국토해양부, 도로교통안전공사, 인천종합건설본부 등 전문기관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해당 도로에 적정한 가드레일인지, 또 설계도면대로 가드레일이 설치됐는지 등의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경찰은 설계도와 시공 과정에서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긴 했지만 설계도와 대부분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정에 맞는 가드레일이 힘없이 구겨져 버렸다면 규정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2008년 12월 개정된 국토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가드레일이나 중앙분리대는 도로에 따라 비교적 느슨하게 세워지는 SB1등급에서 매우 견고한 SB7등급으로 구분된다.

100km 이상 달리는 고속도로의 중앙분리대는 콘크리트로 설치해야 하는 SB5등급이 적용되지만, 가드레일은 이보다 약한 SB3등급이 적용돼 철제로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가드레일의 높이는 60cm~100cm, 지지대의 깊이는 도로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1m50cm 정도여야 한다. 이번 사고가 난 곳의 가드레일은 오른쪽부분으로 SB3등급의 적용을 받는 곳이다.

왼쪽처럼 교량이 시작되는 부분의 방호책이었으면 어땠을까. SB3등급의 가드레일은 80km/h로 8톤가량의 차량이 충돌했을 때까지 견딜 수 있다. 보통 큰 버스들의 무게는 10-12톤 정도가 되고 이에 승객들의 무게까지 하면 더욱 무거워지게 된다. 그렇다면 100km/h의 제한속도를 허용하고 있는 고속도로에서는 더욱 강도가 센 가드레일을 사용하도록 규정을 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사고에서처럼 시속 102km로 달렸던 버스는 가드레일이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토부에 따르면 가드레일과 중앙분리대의 설치 기준이 다른 것은 중앙선을 넘지 못하도록 설치하는 중앙분리대와 달리 가드레일을 콘크리트로 설치하면 충돌 사고 때 충격 흡수가 되지 않아 탑승객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콘크리트가 아닌 철제 가드레일의 강도내구성 기준을 더 높여서 사고를 막아야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속도로 안전 규제에 대한 조항이 강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로 외 이탈사고 치사율 23.6%로 8배 이상

한편 지난해 7월 교통안전공단(이사장 정상호)이 사업용차동차 대형교통사고 및 가드레일 안전성을 점검한 결과 기본 등급 가드레일 설치구간의 경우 화물차 등 대형차량과 충돌시 도로이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의 교통안전정보관리시스템(TMACS) 자료분석 결과 2007~2008년 도로외 이탈사고는 2269건 발생, 536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교통사고 치사율이 2.8%인데 반해 도로 외 이탈사고 치사율은 23.6%로 8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가드레일은 주행 중 정상적인 주행 경로를 벗어난 차량이 길 밖 대향차로 등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탑승자의 상해 및 차량의 파손을 최소화하고 차량을 정상 진행 방향으로 복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설치하는 안전시설이다.

국토해양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2008년)에 따르면 곡선반경 300m 미만, 내리막 경사가 4% 이상인 도로에서 가드레일을 설치하며 높은 등급인 SB4(충격도 160kJ.방호울타리 등급) 이상의 가드레일은 노측위험도가 큰 구간 등에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차량이 가드레일을 충돌한 후 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가드레일이 힘 없이 무너져 수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지점이 운전자 핸들조작이 불리한 급한 곡선부(곡선반경 44m)의 내리막(-9~-13%) 구간일 경우 높은 등급의 가드레일 설치가 필요하며, 급한 내리막 경사(S=-4.9%) 구간에서 과속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추락시 위험도가 큰 구간임을 고려해 높은 등급의 가드레일 설치가 필요하다.

지난해 공단이 지방부 도로를 대상으로 가드레일 안전성 점검을 실시한 결과, 내리막 경사가 -10%를 넘고 노측 높이가 10m를 넘는 등 추락 위험이 큰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등급의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대형교통사고 발생이 잠재되어 있는 구간이 다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량가드레일설치 사회재난으로 갈수도

교통안전공단은 앞으로 가드레일 설치 등급 기준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지침의 개정을 지원하고, 도로점검을 통해 추락위험이 높은 도로구간에 높은 등급의 가드레일 설치를 도로관리기관에 권고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교통문화운동본부는 “도로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안전시설물을 추가 설치하고 유지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교통사고 발생위험이 크고, 야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조명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차량 단독추돌사고 위험이 높은 특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로 위험구간인 경우 통행제한 시설을 추가 설치해 안전장치 미흡차량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고 경사면 도로의 과속방지턱 설치 및 굴곡지 부분에 대한 안전시설 점검을 통해 충격흡수대, 이중가드레일 등 안전시설을 보강하고 비상정차 구간을 설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진국에서는 사전에 미리 예견되고 있는 사고에 대비한 환경을 의무적 행정분야로 지정해 연구를 한다.

그렇지못한 당국의 여전한 안전불감증 때문에 그것도 연거푸 귀중한 목숨을 잃은 뒤에야 소잃고 외양간고치는 꼴이 됐다. 도로공사에서는 매년 수억원씩의 예산을 들어가며 교통사고 다발지역에 표지판 설치, 가드레일 개량, 홈파기 작업 등을 벌이고 있지만 사고다발 지역은 줄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사고는 사회적 재난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보강하기 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도로교통 안전 부분의 재난전문가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