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첨단과학기술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재난이다. 사전에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지진방재정책은 지진발생 이전에 내진설계나 건축물배치 등 지진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지진발생시 사실을 빠르게 전파하고 피해복구를 체계화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지난 5월13일 국립방재연구소(소장 이원호)에서 열린 세미나는 이탈리아의 라퀼라지진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바탕으로 국내 지진방재정책의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취지에서 개최됐다. 세미나는 소방방재청(청장 최성룡), 기상청(청장 전병성), 관계단체, 학자들의 발표와 토론으로 이뤄졌다.

< 재난포커스 - 권윤대 기자  gwon@di-focus.com >

지난해 5월12일에 쓰촨성에서 규모 8.0의 지진이 발생했다. 또 올해 4월6일은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고 최근에는 안동에서 규모 3.8의 지진이 발생했다. 해외에서 지진에 의해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소방방재청은 국내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의 위험성을 알리고 구체적인 대책마련을 하고자 지난 5월13일 국립방재연구소 2층 회의실에서 ‘이탈리아 라퀼라지진과 지진방재정책 선진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지진방재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라퀼라지진의 피해조사 보고와 시사점 발표에 이어 우리나라 지진발생 특성과 안동지진 대응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 지진재난 상황관리 개선사항과 지진재해대응시스템 운영체계 순으로 이뤄졌다. 또 발표가 끝나고 관계단체 관계자와 학자들의 토론으로 지진방재대책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했다.

토론에는 한국지진공학회(회장 조양희),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회장 김석구), 한국방재협회(회장 서병하) 등에 소속돼 있는 전문가와 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 기상청(청장 전병성), 충청남도 치수방재과(과장 이민영), 아산시청(시장 강희복), 소방방재청 국립방재교육연구원장(원장 김정삼), 방재관리국장(국장(직대) 한경호), 국립방재연구소장(소장 이원호), 소방방재청 기후변화대응과장(과장 서상덕) 등의 부처 관계자가 참석했고 김석구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 김준경 세명대학교 교수, 김재관 서울대학교 교수,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이현 기상청 지진정책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총 50여명이 함께했다.

국내, 지진 간접경험 중요

	인사말 하는 박연수 소방방재청 차장

박연수 소방방재청 차장은 개회식에서 “5월2일 경북 안동시 와룡면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3.8의 지진이 발생했다”며 “안동과 포항, 예천, 구미, 강원도 삼척, 영월 등 경상북도를 비롯해 강원도 남부지역 주민들이 진동을 느껴 지진피해에 대한 우려가 다시 한 번 제기 됐다”고 말했다. 박연수 차장은 또 “과거 해외 지진피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지진의 발생규모와 피해규모가 반드시 비례치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지진 발생을 막을 수는 없지만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사전대책 마련을 통해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충분히 최소화 시킬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박연수 차장은 “최근 피해지진을 경험치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지진피해 사례를 통한 피해양상과 대응체계를 분석하고 우리나라의 지진방재정책에 접목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외 지진피해 사례 통해 배워야
라퀼라지진 국외지진피해조사단장인 이원호 소방방재청 방재연구소장은 세미나에서 라퀼라지진의 조사결과를 보고하고 방재연구소 박병철 연구관과 기후변화대응과 김준기씨가 해외 지진피해 사례를 통한 시사점을 발표했다. 이어서 우리나라 지진발생 특성과 안동지진 대응에 따른 평가 및 개선방안에 대해 기상청 류용규 기상사무관이 발표, 5월2일 발생한 안동지진과 관련해 소방방재청의 담당자가 국내지진 대응에 따른 개선사항과 지진재해대응시스템 운영체계에 관해 김계조 재난상황실장과 정길호 공업연구관이 발표했다.

국내 지진방재정책의 선진화를 위해 지진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지진피해 사례를 통한 우리나라의 지진대응 방향 등에 대해 토론하고 지진방재정책을 제안하는 시간으로 구성된 이번 세미나는 국내 지진방재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지진피해의 경험이 적어 지진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일본이나 이탈리아에 비해 떨어진다. 때문에 지진방재 선진국의 대처법을 보고 배워야 한다. 이에 소방방재청은 “해외의 사례를 통한 간접경험과 이 경험을 효과적으로 국내에 적용하는 법을 논의하기 위해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국내 지진관련 현황
국내 지진발생 관측분석과정을 보면 지진이 발생하면 파형관측후 자동분석, 정밀분석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서 우리가 지진에 대한 소식을 접하는데 속보는 2분이내, 통보는 5분 이내의 시간이 걸린다. 또 지진 및 지진해일 통보체계는 지진 및 해일이 발생하면 지진분석시스템(국가지진관측망(KNSN), 국가지진정보시스템(NEIS))과 지진통보시스템을 거쳐 종합기상정보시스템을 통해 TV자막, 홈페이지, 포털서비스, 외부기관지원시스템, 방재기상정보 형태로 지진발생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이 체계에 따라 최초자료를 제공하는 곳이 기상청, 한국지질지원연구원, 한국전력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력으로 구성된 통합지진 네트워크 키스(KISS:Korea Integrated Seismic System)이다.

관계단체 간 협력의 장 마련해야
지진에 있어서 예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상황전파다. 효과적인 상황전파를 위해서는 기관간 협력체계가 중요하다. 이현 기상청 지진정책과장은 “지진업무를 맡은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오늘 기회로 많은 것을 배웠다”며 “기관 간 협력체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현 과장은 또 “지진은 사전에 예측이나 예보가 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며 “정확한 분석과 전파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현 과장은 특히 “지진상황을 기상청이 알리면 관계부처가 행동하는 시스템 체계 중 지진탐지 후 정밀분석결과 통보와 같이 혼돈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이원화, 삼원화되면 혼돈의 여지가 있다”며 “재난총괄부처인 소방방재청이 통보체계가 나뉜 부분을 조정해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1. 이원호 국립방재연구소 소장 사진2. 박병철 국립방재연구소 연구관 사진3. 류용규 기상청 기상사무관 사진4. 김계조 소방방재청 재난상황실장 사진5. 정길호 소방방재청 공업연구관

향후 지진에 대한 기상청 계획에 대해서는 첫째 “지진은 신속하게 정보를 전파해야 하는데 일본은 2007년 10월부터 상황이 발생되면 40초 안에 알린다”며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50초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로는 “키스망에 플러스해서 지진가속도 관측망을 가지고 있지만 공유하고 있지 못했던 것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파견갈 때 관계기관 및 대학 등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며 파견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학·연·관이 공유하는 것에 대한 의견으로 입을 열었다.

지헌철 연구원은 “우리나라 지진발생시 앞으로는 개인의 경험보다 시스템에 의지해야 한다”며 “가능하면 소방방재청에서 시스템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헌철 연구원은 또 “전국적으로 많은 가속도관측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지진과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양질의 자료를 생산해 내야 한다”며 “이에 대한 기술이나 예산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헌철 연구원은 특히 “한반도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은 적고 지진파가 고주파로 지속되는 시간이 낮아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며 “지속도나 주파수를 고려치 않고 가속도만 고려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지진이 일어나면 좁은지역에 집중적인 피해가 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지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원호 방재연구소 소장은 “가능하면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해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이현 기상청 지진정책과장은 또 협업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진·지진해일에서 피해조사단 기회가 있을 때 기상청도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다”며 “내진설계와 같은 공학적인 것에도 참여할 수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결국 기상청, 소방방재청, 지진공학회 사람들이 자주 만나는 장을 만들어야한다”며 관계기관간의 협력이 최우선임을 주장했다. 이에 이원호 방재연구소 소장은 “연구소가 앞장서겠다”며 “지진공학회 등 관련단체와 함께 하는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원호 방재연구소 소장은 또 “지진전파체계 개선 의견수렴기구 만들자”며 “의견을 종합해 기후변화대응과에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방재연구소에서도 정책에 반영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지진피해예방위한 체계 마련해야
우리나라는 지진피해의 경험이 적어 예방에 대해 무관심하다. 김석구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피해 예방을 위한 측면에 대해 “건축법에 따르면 모든 건물은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갖춰야한다고 돼 있다”며 “첫째로 건축물을 내진설계해 피해를 방지, 둘째로 설비에 대한 내진설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구 회장은 또 “IT선진국이라는 우리의 장점을 활용해야한다”며 “지진피해에 대해 예방을 우선으로 지진발생시 건축물의 내진설계를 통해 피해를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사진1.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사진2. 이현 기상청 지진정책과 과장 사진3. 김석구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 사진4. 김재관 서울대학교 교수 사진5. 이원호 국립방재연구소 소장

이를 위해서는 건축물 설계나 시공, 유지보수 중 특정단계에서 전문가의 참여가 요구된다. 김석구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지난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주택화재로 소방관 6명이 사망했었는데 건축전문가가 있었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상황”이라며 “건축 설계에서부터 사전에 내진설계되도록 국토부에 건의 하겠다”고 밝혔다. 김재관 서울대학교 교수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나라 지진은 6.5이하가 대부분”이라며 “라퀼라에 경우 우리와 다르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설계 스펙트럼을 할 때 지역 특성에 맞는 스펙트럼을 사용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연구를 시작했는데 이러한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적 설계지진 동향을 보면 쓰촨성의 경우 4000년으로 본다”며 “우리나라도 설계지진주기를 길게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재관 교수에 따르면 “이미 특등급으로 지정된 건축물의 경우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 있는 교량의 경우 특등급으로 지정된게 없어 성능기준을 정하고 있는 소방방재청이 빠른시일 내에 성능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지진대응 아직까지 서툴러
우리나라는 경험이 많은 태풍이나 홍수와 같은 재난에 대해서는 선진적인 대응정책을 가지고 있지만 지진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태풍이나 홍수는 매년 우리나라에 피해를 줘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지진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진 또한 근래 빈번히 발생함으로써 대응체계마련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 소방방재청은 제3차 지진방재종합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3월28일 제정해 공포한 “지진재해대책법”의 후속조치로 올해 3월에 “지진재해대책법 시행령”과 “지진재해대책법 시행규칙”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예방 및 대응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설계에서 유지관리까지 연속성 갖춰야
지진은 지진피해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지만 사실상 피해가 인간에 의해 대규모화 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쓰촨성 지진이 대재앙이 된 이유를 지진대 위에 댐건설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또 지진발생시 파괴되는 건축물은 대부분 건축구조를 변경하거나 지진에 취약한 곳에 위치하는 등 지진에 대비치 못한 인간의 안일함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고층 건물간 간격이 좁아 흔들리는 건물끼리 충돌하거나 댐이나 보 설치시 내진설계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이 국내 실정은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설계에서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연속적인 흐름의 필요성이 강조되며 이를 위해 건축전문가, 재난관리전문가 등의 참여를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국내의 실정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지진피해가 발생한 경우 파견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때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가능한 포괄적 시스템을 구성해야 하며 이와 동시에 국내의 특성을 반영해 기존의 지진대책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최근 대규모 지진피해를 경험치 못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우리나라 재난관리 총괄기구인 소방방재청의 박연수 차장이 세미나를 직접 주재함으로써 지진 재난관리분야에 학·연·관이 함께 참여하는 모범적인 지진방재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의 역할은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정부의 지진대책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